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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차와 건강

중국 – 보이차, 우롱차, 용정차의 등급과 마시는 법

1. 보이차의 등급 체계와 발효의 미학

중국 운남성의 고산지대에서 유래한 **보이차(普洱茶)**는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대표적인 흑차(黑茶)로, ‘시간이 빚은 차’라는 별명처럼 숙성 기간에 따라 깊은 향과 맛이 달라지는 특징을 지닌다. 보이차는 발효 방식에 따라 크게 생차(生茶)와 숙차(熟茶)로 나뉘며, 생차는 자연적으로 수십 년 이상 숙성되면서 맛이 성숙해지는 반면, 숙차는 인위적인 발효 공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농익은 풍미를 낸다. 이 두 가지 모두 그 자체로 뛰어난 가치가 있으며, 중국 내에서는 빈티지 와인처럼 보관 연한이 길수록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

보이차의 등급은 매우 세분화되어 있으며, 찻잎의 크기, 채엽 시기, 사용 부위(순, 줄기 포함 여부), 생산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궁정급(宮廷級)’이 가장 높은 등급이며, 이어서 특급, 1급에서 9급까지 세분된다. 궁정급은 보통 찻잎의 어린 싹만을 엄선하여 만들어 부드럽고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노반장’, ‘맹해’, ‘이창’ 등 유명 산지별로도 품질과 가격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만든 전통적인 방식의 보이차가 다시 주목받으며, 소비자들은 제조 방식과 숙성 연한까지 고려해 차를 선택하는 추세다.

 

2. 보이차의 우림법과 보관의 노하우

보이차는 숙성된 풍미와 다양한 미생물이 어우러진 독특한 차로, 마시는 법 또한 섬세하다. 우선, 보이차는 딱딱하게 눌러져 있는 경우가 많아 ‘차를 깨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통은 뜨거운 물로 짧게 한 번 헹구는 세차(洗茶)를 한 후 본격적으로 우림에 들어간다. 물 온도는 95도에서 100도 사이의 끓는 물이 적합하며, 첫 번째 우림은 약 10초 정도로 짧게, 이후에는 15초, 20초 식으로 점차 시간을 늘려가며 여러 번 우려 마신다. 일반적으로 보이차는 최소 7회에서 많게는 10회 이상 우릴 수 있는 내공을 지니고 있다.

보이차의 보관 또한 매우 중요하다. 생차의 경우 공기와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밀폐하지 않은 상태로 통풍이 잘되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습기와 곰팡이에 특히 민감하므로 실내 습도를 잘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숙차는 비교적 보관이 쉬운 편이지만, 이 역시 향이 강한 식품과 함께 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좋은 보관 환경에서는 생차는 10년, 20년이 지나면서도 고유의 떫은맛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감칠맛이 강한 명차로 변모한다. 보이차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차원을 넘어, 세월과 함께 변화하는 차의 속성을 관찰하는 ‘시간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3. 우롱차의 반발효 미학과 품질 분류

**우롱차(烏龍茶)**는 중국 남부 푸젠성 무이산과 광둥성, 대만 일대에서 주로 생산되는 반발효차로, 그 독특한 향과 균형 잡힌 맛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발효도는 약 20%에서 70%까지 다양하며, 적절한 발효를 통해 녹차의 청량함과 홍차의 깊이를 동시에 품고 있다.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무이암차 계열의 대홍포(大紅袍), 민남 계열의 철관음(鐵觀音), 광둥성의 봉황단총(鳳凰單欉) 등이 있으며, 각 지역의 토양, 기후, 전통 방식에 따라 향과 맛이 현저히 다르다.

우롱차의 등급은 찻잎의 품종, 발효도, 제다 기술, 향의 지속성 등에 따라 결정되며, 수공으로 제작된 차일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철관음은 ‘청향형’, ‘농향형’, ‘노향형’으로 발효 및 로스팅 정도에 따라 분류되며, 청향형은 신선하고 꽃향기 나는 느낌, 노향형은 깊고 진한 풍미를 지닌다. 특히 무이암차 계열은 ‘암운(巖韻)’이라 불리는 독특한 광물향과 풍부한 후미를 기준으로 고급차 여부가 판단된다. 이처럼 우롱차는 종류도 다양하고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 차 애호가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준다.

 

4. 우롱차 음용법과 다관 활용

우롱차는 찻잎이 비교적 크고 말려 있는 형태가 많기 때문에 우림 시 다소의 준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다관(차호)을 사용해 우려내는 방식이 정석이며, 작은 도자기 또는 자사호(紫砂壺)가 흔히 사용된다. 세차 과정을 거친 뒤, 90~95도의 뜨거운 물을 사용해 20초 내외로 우려내며 점차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이 적절하다. 우롱차는 여러 번 재우림이 가능해 처음은 은은하게, 이후는 점점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철관음은 우림할수록 다른 풍미를 드러내기 때문에, 5~6번까지 재사용하여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봉황단총은 향이 뛰어난 만큼 우림 온도에 민감하여, 너무 뜨거운 물은 향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현대에는 다구 없이도 티포트나 전용 우롱차 티백을 이용한 간편한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는 바쁜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관과 다완을 사용하는 다도는 여전히 그 가치와 미학을 인정받고 있으며,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명상처럼 대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5. 용정차의 등급, 문화, 음용 예법

**용정차(龍井茶)**는 중국 항저우 지역의 대표 녹차로, ‘녹차의 왕’이라는 칭호를 가진 명차다. 그 유래는 송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청나라 건륭제가 ‘황제의 차’로 칭송한 이래로 품격 높은 차로 자리 잡았다. 용정차는 찻잎이 길고 납작하며, 볶은 향과 은은한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등급은 명전차(清明 전 채엽), 우전차(곡우 전 채엽), 평급차(일반 채엽) 등으로 나뉘며, 특히 서호(西湖) 지역에서 생산된 ‘서호용정(西湖龍井)’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용정차는 섬세한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3분간 우려내면 은은한 연두색의 차수가 맑게 우러난다. 고급 용정차는 잎이 다 가라앉지 않고 수면에 떠오르는 잎도 섞여 있으며, 향과 색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유리 다완을 사용하여 찻잎의 모양과 색을 감상하며 마시는 방식이 선호되며, 이는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차를 통한 정서적 안정감을 더해준다. 용정차는 카페인 함량이 낮아 아침 식전이나 오후 휴식 시간에 가볍게 즐기기에 매우 적합한 차다.

중국 – 보이차, 우롱차, 용정차의 등급과 마시는 법